<드디어 미지의 세계로 : 미국행>
나에게 중국과 달리 미국은 드라마에서나 보던 곳이었다. 지구 반대편, 나와는 다르게 생긴 사람들이 살아가는 미지의 세계처럼 느껴졌다. 늘 호기심은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그곳은 ‘지금의 내가 갈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 10월에 긴 휴가가 주어졌다. 어디를 갈지 고민하던 중 한 지인이 말했다. 그는 매년 자신에게 주는 선물로 유럽 여행을 다녀온다고 했다. 너무 자주 자신에게 선물을 줘서 탈이라며 웃었다.
그러더니 내게 물었다.
“예원님은 영어도 잘하고, 싱글이니 자유롭잖아요. 긴 휴가에만 갈 수 있는 곳을 다녀와보는 게 어때요?”
생각해보니 정말 그랬다.
모처럼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에 주어진 긴 휴가,
미국에 다녀올 정도의 돈도 있었고,
가서 내 한 몸 건사할 정도의 영어는 할 줄 알았다.
왜 안된다고만 생각했지?
이런 생각이 드는 걸 보니 이제는 한번 쯤 경험해볼 때가 되었나 보다. 올해는 나도 미국에 가볼 수 있겠구나, 그렇다면 햇살이 좋다는 캘리포니아로 가보고 싶다.
그리고 그 후에도 생각이 여러 차례 왔다갔다 했다. 전쟁으로 항공권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오르고, 속시끄러운 일들 속에서 그냥 조용히 명상센터에나 들어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그 돈을 쓰지말고 그냥 모으면 더 빨리 모을텐데 싶기도 했다.
가지 않아도 될 이유는 계속 계속 늘어나, 주변에서 미국행에 대해 물으면 고민중이라고만 했다.
그러다 넷플릭스에서 영화 <음성메세지가 도착했습니다>를 봤는데, 거기 배경이 캘리포니아였다. 주인공이 말도 안되는 상실감 속 세상이 억까하는 듯한 압박에 굴하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더니, 결국 꿈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흔한 서사였다. 그때는 그게 내게 와닿았다. 나도 저 벤치에 앉아 금문교 야경을 보고 싶었고, 주인공처럼 내가 머릿속에 생각하는 것들을 하나씩 끄집어내 실현해보고 싶었다.
마침 요즘은 늦깍이 운전면허를 준비하고 있다. 차도 없는 내가 갑자기 면허를 따겠다고 든 건, 나중에 외국에 살게 되면 한국만큼 대중교통이 좋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디에도 갇히지 말고, 꼭 스스로 운전해서 이곳 저곳 자유롭게 다니는 법을 배우자. 나는 지구 방방곡곡을 신촌에서 강남 가듯 다니며 살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지.
그리고 조만간 캘리포니아에 가서 정말로 차를 렌트하고 직접 운전을 하게 되면, 나 스스로에게 감탄할 것 같다. 스스로 못한다고 그렇게 한계를 그어오던 일들을 사실 나도 해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운전대를 잡는 그 순간 덩달아 넓어지는 삶의 가능성에 신이 날 것 같다.
미국에 가자고 결정을 내리고 다행스럽게도 항공권도 비싸지 않게 샀다. 항공권을 결제하는데 막상 어디 먼 곳에 가기 전의 두려움보다는 진짜로 신촌에서 강남에 가는 듯한 당연한 느낌이 들었다. 한 발짝이라도 움직이니 환상이 아닌 현실로 다가왔다.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에서 목소리가 닿는 곳 까지는 다 내 꺼라고 했던 황동만의 대사가 떠오른다. 내가 닿아본 곳까지 나는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내 발이 닿는 곳까지, 내 시선이 닿는 곳까지, 내가 직접 살아본 곳까지가 내 세계가 된다.
이왕 태어났으니, 이런 방식이 좋다면, 이렇게 살아보아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