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시험 불합격>
남들은 2주, 빠르면 이틀만에도 딴다는 운전면허를 약 두 달간 준비하고 드디어 대망의 도로주행 시험 날이었다. 지난 면허시험에서 떨어졌던 두 차례 모두 첫번째 도로주행 시험에서였기에 꽤나 긴장을 했다.
시험을 보기 전에는 시뮬레이션 학원에서 장치 조작이나 핸들링 감각을 익히고, 길도 충분히 외웠다. 그리고 도로 나가기 전에는 영종도 가서 실제 핸들 잡아보고, 지인이 운전하는 차로 실제 시험장 근처를 돌아보며 감각을 익혔다.
그러니까 시험 날 실제 차를 몰아본 건 딱 두 번째였는데, 낯설어서인지 참관인으로 앉아있을 때 부터 심장이 쿵쾅쿵쾅 엄청 뛰었다. 깜빡이를 켜지도 않고 차선을 변경한다거나, 기어를 제 위치에 놓지 않는 등 연습 때 수없이 반복했던 것도 너무 긴장해서인지 막상 도로에 나가니 머리가 하얘지는 느낌이었다.
결국 길게만 느껴지는 코스를 어찌 저찌 끝마칠 때 쯤 시험장으로 돌아오기 바로 전 신호에서 갑자기 황색등으로 바껴 급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정지선을 넘어버렸다. 그래서 실격! 중간에 내려서 감독관과 자리를 바꿨다.
지난 번 시험들도 다 이렇게 실격해서 자리를 바꿔 탔었다. 충격적이었던 그날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그 후로는 다시 재시험을 보지도 않고 “아 나는 운전은 하지 말아야겠다~” 생각하며 살았는데, 이번 실격은 아쉽기는 했지만 받아들일 만 했다. 한번에 붙을 거라는 지인들의 말에 나도 기대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떨어지더라도 내일 다시 해보지, 그리고 내일 떨어지면 모레 또 해보자’ 이런 마음을 갖고 임하려 했었다.
내가 생각해도 이번엔 더 성실하게 준비를 했고, 어떻게든 결국엔 면허를 딸 거라는 결과는 정해져 있다. 그 과정에서 무슨 일로 실격을 당하든, 호랑이같은 감독관을 만나든 다 과정이다.
좀 더 깊은 의미에서 그 과정은 면허증을 손에 넣기 위한 과정이라기 보다는,
나 스스로 안된다고 생각하며 살았던 날들. 나는 이런 것에 약하다고, 나는 길치라고, 나는 운전은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등지고 살았던 내가 그것들을 향해 똑바로 걸어보는 경험.
인도로 걷는 법만 알았던 내가 이제 차도에서의 규칙도 알게 되면서 세상의 길을 좀 더 넓게 써볼 수 있는 경험.
조수석에 탈 줄만 알았던 내가 상대를 옆에 태우고 그곳에서 쉬게 하며, 내가 직접 이끌어줄 수 있는 경험
요즘 무의식과 그림자에 관한 책을 자주 읽으니까, 이 과정이 마치 내 그림자를 꺼내어 실현해보는 첫 걸음인 것 처럼 느껴졌다. 또 떨어지니 갑자기 또 기가 죽어 그냥 하지 말까 하는 유혹이 올라왔지만, 또 전략을 바꿔 연습해보아야겠다.
서울에서 삼만원 내고 운전연수할 수 있는 곳 많지 않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시험 봐보라고 운전 샘이 그랬었는데, 정말이지 고마운 감독관을 만나서 시험 끝나고 한참을 어디가 서툴렀고 어떻게 연습하면 좋을지 세세히 알려주셨다. 좀만 연습하면 붙을 것 같다는 말과 함께 :)

연습 때 잘했었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