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5성급 호텔에 기대하는 바>

호텔은 요즘 세상에 드문 ‘환대’가 일어나는 곳이다. 끊임 없이 나를 증명하고,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면서도 거의 이해 받지 못한 채 살아가던 현대인들이 어느 5성급 호텔에 딱 도착했을 때, 웃는 얼굴로 문을 열어주고, 짐을 들어주고, 내 이름을 불러준다. 낯설고도 진귀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사람들이 5성급 호텔을 예약할 때는 호텔의 시설, 네임밸류(신뢰) 뿐 아니라 환대의 비용, 즉 서비스 품질까지 그 기준에 포함되어 있다.

결국 좋은 호텔은 시설과 네임밸류, 그리고 서비스가 어느 하나 지나치게 떨어지지 않고 적절히 균형을 이룰 때 다시 찾게 되는 곳이다. 내가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그 중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이다.

실제로 내가 호텔에 있을 때는 고객에게는 NO라고 말하지 말 것, 요구하기 전에 먼저 발견하고 주도적으로 다가가는 서비스를 늘 중요시하며 교육했었는데, 이런 경향은 룸의 등급이 올라갈 수록 더 분명해졌다.

내가 담당했던 스위트룸 이상의 고객들은 그들의 취향부터 각종 독특한 습관까지 호텔리어들에게 관찰되어 호텔 시스템에 데이터로 남는다. 심지어 같은 그룹 산하에 있는 여러 다른 호텔들은 그 데이터를 함께 공유하며, 그 중 어떤 호텔에 처음 가더라도 마치 오래 전부터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집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일관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낯선 지역, 낯선 호텔에 내가 도착하기도 전부터 나만을 위한 방을 준비해주는 사람들이 있는 그 기분이 바로 환대받는 느낌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시설이나 네임밸류는 전부 상향평준화 되어 이 세상에 좋은 호텔들은 점점 많아지는데, 그에 맞는 서비스를 갖춘 호텔은 많지 않은 것 같다. 품격 있는 서비스는 단순히 말을 친절하게 하고, 물질적인 메리트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품격있는 서비스는 한 인간에 대한 진심어린 관심을 전제로 그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것을 봉사하는 정신이다.

호텔리어들이 그러한 서비스 정신을 가지고 취업하는 경우가 많지도 않을 뿐더러 지금 시대에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그러한 관심을 갖는 경우 자체가 희귀하다. 또한 호텔의 경영 방향성 자체가 말 그대로 방의 회전율을 높이고 이윤을 극대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서 느린 속도로 한 개인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어찌 보면 그 전체적 시류에 반하는 서비스일 수도 있다.

따라서 호텔의 타겟층이 더욱 고급화될수록 호텔 방의 개수는 적어지고, 개인 버틀러가 있거나, 조용하고 널찍한 공간에서 나만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가고, 그에 따라 1박 숙박 비용은 상상 이상으로 높아진다.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방향성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결국 장기적으로는 호텔로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좋은 호텔은 많고 어차피 어딜 가나 인프라는 비슷하다면 다시 이곳에 돌아왔을 때 꼭 이곳에 묵어야할 이유는 없다. 그저 더 좋은 위치, 신축 호텔을 찾아 그때그때 필요를 충족할 뿐이며 기업과 고객은 의미있는 관계를 맺지 못한 채 호텔은 언제든 대체 가능한 존재가 된다.

그렇다면 품격있는 서비스란 무엇일까?

내가 5성급 호텔에 머물면서 돈이 아깝지 않다고 느꼈던 경험은, 나에게 호의적인 직원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먹고 내 에너지가 상향나선을 그리며 순환하는 것을 느꼈을 때다. 순조롭게 순환하는 에너지는 그곳에서 숙박하는 동안의 내 여정의 전체적인 기분에도 영향을 미쳤고, 밖에서 일정을 소화하고 돌아왔을 때 편안하게 쉴 공간이 있는 것은 다시금 다음 날을 준비하고 휴식하게 해주는 역할을 함으로써, 여행의 구심점이 되는 호텔에 따라 몇일 간 여행에 대한 전체적인 인상이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

결국은 고객에게 한 마디 말이라도 도움이 되는 방향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하는데, 단순히 표면적인 친절로는 반드시 한계가 있다. 나 역시 호텔리어일 때 고객에게 줄 수 있는 것이 겉으로 드러나는 친절 밖에 없었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친절이란 나의 심리적 여유에 따라 금방 소진되는 것이고, 어느 순간 말 한 마디라도 예전보다 친절하지 않으면 금방 사람을 돌아설 수 있게 만드는 얄팍한 것처럼 느껴졌다.

나 역시 호텔을 포함해서 다양한 호스피탈리티 장르를 경험하다 보니, 결국 나도 나만의 호텔을 만들기 위해 이 여정을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만의 호스피탈리티를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때는 겉으로 드러나는 친절 외에도 나라는 사람이 충분히 힘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 힘은 나만이 가진 색, 가치관, 삶의 태도, 향기, 지혜 등 모든 것이 총합되어 아우라로 표현될 것인데, 그 중심이 없는 사람의 친절은 매우 약하기 때문이다. 그런 친절조차 없이 인프라만 갖춘 공간은 비교도 안되게 더더욱 약하다.

아무튼 지금 내가 뷰티, 술, 향기, 인테리어, 체질, 명품, 심리학 등 겉보기엔 완전히 달라보이는 주제들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있는 것도 친절이라는 포장지 안에 알맹이를 더해줄 지식들을 쌓고 있는 것이다. 건강이라는 컨텐츠로 고객의 체질에 맞는 맞춤 식단을 제공하는 웰니스 호텔이 요즘 떠오르고 있는 것 처럼, 나도 여러 가지 수단을 통해 사람을 볼 수 있을만큼 현명해야 하고, 그런 현명한 자신을 더욱 매력적으로 포장할 줄도 알아야 하니까.

다시 5성급 호텔로 돌아와서, 결국 사람들이 다시 찾고 싶은 5성급 호텔의 필수 요소는 그 공간에서 자신이 어떤 사람으로 대우받았는지에 대한 기억이다. 나아가 5성급 호텔들이 앞으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 위해서는 표면적인 친절을 넘어서서 고객에게 진정한 의미의 관심을 기울이고 그에 맞는 맞춤화된 컨텐츠를 제공하여 고객의 삶을 상승하는 에너지로 이끌어줄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