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를 떨어지고 싶었던 이유

운전면허 시험에 합격했다. 왜 두 번 만에 합격을 했는지? 이번 시험 보러 들어가기 전에 한 시간 정도 시간이 남아 시험장 홀에 앉아 명상하며 차분히 파고들어가 보았다.

사실 이미 운전은 충분히 잘 할 수 있었고 잘하고 있었다. 충분히 연습했고, 실수도 여러 번 돌아봤고, 실제 차로 감각도 익혀봤다. 더 이상은 연습의 양이 문제가 아니었다.

다들 잘 할 거야. 붙을 거야. 할 때 나는 습관적으로 이렇게 말했다.

“떨어지더라도 한 번 더 할 거야.”

“운전 연수 하는 거라 생각하고, 시험 자체에 의의를 둬야지.”

“내 목표는 면허증 자체가 아니라 결국에는 운전을 할 줄 알게 되는 거니까”

그 때 누군가 나한테 그랬다.

왜 애초부터 떨어질 생각을 먼저 하냐고. 떨어지면 당연히 한 번 더 볼 테지만, 붙을 생각을 하라고.

아 정말 내가 그러고 있네 싶었었고, 그 때 정말로 떨어져서 이번에 한 번 더 시험을 보게 되었었다.

두번 째 시험 전 내가 운전을 할 때 모습을 상상해 봤다.

그런데 너무 미묘하고 꼭꼭 숨겨둔 바람이라서 발견하지 못했는데, 내가 ‘아마도 떨어지겠지’ 라는 상상을 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떨어져라!’ 라고 무의식적으로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딜레마존을 지나면서 은근하게 황색불이 켜지기를 바라고, 급정거할 일을 기다린다거나. 의식적으로는 당연히 붙길 바라야 하는데 늘상 따라오는 한 떨기 저항감의 정체가 뭔가 했었는데.

그렇다면 왜?

계속 떨어짐으로써 나는 계속 노력하는 사람으로 안전하게 남아있을 수 있었다. 이걸 성공함으로써 얻어질 새로운 결과들이 두려웠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에서 운전해보기, 그리고 더 나아가 자유자재로 이동하기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피할 수 있었다.

내 영역이 아니라고 여겼던 것ㅡ 예를 들어 운전ㅡ을 굳이 모험하지 않고, 안전한 영역에 남아있으면서 결과에 책임지지 않은 채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었고, 더 나아가 운전에 서툰 사람이라는 은근하게 지켜온 정체성도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사실을 발견하고 나니, 한곳으로 모아지지 않는 마음이 합격에 힘을 실어주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오늘 시험은 무조건 합격해야겠다. 어떻게 합격할 수 있을지에만 집중해봐. 계속 열심히 하는 거 좋지만, 오늘은 잘해. 잘 할 거야.’

그리고 잠시 물을 마시러 자리를 이동했는데 마침 정수기 앞이 최종합격 면허증 수령하는 곳이었다. 오늘 나도 여기 와서 면허증을 수령해 갈 수 있을까? 잠시 상상해보았다.

시험 중에는 물론 떨렸고, 잔실수도 있었다. 특히 옆에서 감독관이 헛기침을 하며 서류를 뒤적이면 자꾸 불안했다. 그럴 때 생각했다. 긴장되더라도 집중할 수 있어. 방금 실수했더라도 바로 다시 집중할 수 있어. 내가 배운대로, 내 몸에 익은대로 해볼 수 있어.

긴장 속에서 집중을 잃지 않았다. ‘떨어져도 그만’이 아니라, 원하는 걸 얻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무사히 시험장에 돌아왔고, 감독관에게서 합격이라고, 축하한다는 말을 들었다! 참관인으로 같이 타준 싹싹한 친구도 축하드린다고 말해주었다.

실력도 노력도 충분한데, 마음으로 스스로 자꾸 제동을 걸던 것을 걷어내니 거짓말처럼 수월하게 아까 바로 그 곳에서 면허증을 기다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내가 면허를 따다니 살다 보니 별 일이 다 있네 싶었지만, 금세 차분해졌다. 별 거 아니네 싶었던 것 같기도 하고, 일어날 일이 일어난 거네 싶기도 하고. 이게 사실 내 올 해 목표였는데, 목표를 이루었구나 생각이 허무한 듯 기쁜 듯 올라올 뿐이었다.

두 달 동안 목표를 가지고 성실하게 연습하고, 시험볼 때 집중하고, 결국 성취를 해냈다. 휘황찬란한 기쁨보다는 어서 집에 가서 맛있는 거 먹으면서 넷플릭스를 보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