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식>

얼마 전 건강검진 결과에서 처음으로 콜레스테롤 주의 경보가 떴다. 그럴 만도 한 게 일찍이 망가진 식습관이 점점 정도가 지나쳐서, 이러다 몸에 뭔 일이 나겠구나 싶던 차였다.

마카오에서 스트레스 받을 때 마다 정신을 놓고 먹기 시작하던 것이 삼 년이 지나니 이제는 습관이 되어, 하루를 끝내고 집에 오면 당연하게 먹는 것으로 탈출하곤 했다. 그럴 때는 과자 세네 봉지에 맥주에 치킨에 젤리에 끊임 없이 먹는데 분명 배가 고프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먹지 않으면 진정하기가 힘들고 불안했던 것 같다.

그리고 눈 앞에 있는 걸 다 먹어 치우고 나면 갑자기 진정이 되면서 씁쓸해진다. 밤에는 쓰린 위를 끌어안고 잠에 든다. 다음 날 팅팅 부은 얼굴을 보면 이제 그만 해야지 생각하지만, 막상 밤이 되어 먹는 걸 참아 보려고 하면 그 때 드는 감정은 다른 마음도 아닌 억울하고 화나는 마음이었다.

왜?

하루 종일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한 순간이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 주변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늘 사람들에게 맞추기만 한 것 같은데, 종일 긴장해서 잘하려고 들었는데, 지금 이 순간 마저 완전히 놔버리지 못하고 참아야 된다고 생각하면 안에서 반발심이 들었다.

당연히 폭식을 고치고 싶지만, 폭식하는 나 자신을 미워만 하기에는 나는 그 습관에서 도움을 받기도 했다. 되돌아 보면 폭식이 없다면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때 그때 견디기 어려운 공허나 좌절감을 넘기고 다시 지내볼 수 있도록 해준 것도 폭식이다. 가끔 배터지게 먹고 올챙이처럼 나온 내 배를 보면서 너무 비난하지 말자고 생각한다. 너도 잘해보려고 해본 건데. ‘이 배는 내가 노력한만큼 나온 거야’ 하면서.

그렇게 망가진 생활을 되돌려 보고자 올해 목표는 <의식주 개선> 이었다. 늘 안으로 파고들며, 스스로 성숙하고 발전하기를 채근하며 어쩌면 가장 기본이 되는 것들을 방치해온 적도 많았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큰 욕심을 갖지 말고 기본이 되는 것들만 생각하자고 했다. 그러면 다른 건 자연히 굴러갈 거라고. 전에는 글을 쓰고, 공부하고자 하는 욕심이 더 컸다면, 이제는 밥 잘 먹고 잠 잘 자는 게 더 중요하다. 이제 글은 한 편만 써도 잘하는 것을 넘어 과하게 잘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기본에 초점을 맞춰 일년을 지내보다 보니 의식주를 완벽하게 개선한다는 것 자체가 세상에서 제일 큰 욕심이란 걸 알게 됐다. 그래서 작은 것 부터 주의를 기울여보기 시작했다. 식습관에서는 커피 줄이기, 도시락 싸보기, 식탁 사기 등. 그리고 곧 운동을 시작하는데, 그러면 좀 더 의식적으로 건강하게 먹으려는 의지를 갖게 되지 않을까 싶다.

먹는 것 말고는 자신을 달래는 방법을 전혀 모르던 나를 안쓰럽게 여기고, 여러 경험을 선물하며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 나가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언젠가는 내 직업, 내가 일하는 시간 자체가 내가 좋아하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차근히 준비해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