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 다 하는 연습>

얼마 전 가족들과 1:1로 만나 내가 그동안 서운하고 힘들었던 것들에 대해 한참 이야기했다. 한번도 수면 위로 꺼내보지 못하고 혼자서만 가지고 끙끙 앓던 일들을 공론화했다. 나는 어떤 문제가 생기면 동굴 속으로 숨어들어 아무도 만나지 않고 시간이 지나갈 때 까지 웅크린 채 견뎌내는 스타일이었는데, 이렇게 마주앉아 껄끄러운 이야기를 꺼내고 내 날카로움을 내보이는 것은 내가 익숙한 일은 아니었다.

막상 이야기하고 나니 가슴의 돌을 비워둔 듯 후련했다. 집안에서 나에게로 몰려있던 부담에 대해 앞으로 나는 홀로 책임질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토록 무심하여 배려받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 되면 나는 뒤돌아 떠나갈 것이라 했다. 내가 무거웠던 부분들을 꺼내놓고 나니 누군가는 눈물을 흘렸고, 누군가는 사과했다. 그리고 종이를 꺼내 나를 압도하는 것만 같던 책임들을 하나둘 적어보았고, 같이 해결을 해보기로 했다.

내가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요구했고, 내가 말한대로 일이 진행됐다. 앞으로 어떤 것도 쉬쉬하며 혼자 끌어안지 않고, 그 부담은 모두와 함께 나눠지겠노라고 말했다.

며칠 후 가족과 만나 실제로 관공서들을 돌면서 문제를 처리하려 했다. 그 작은 한 걸음도 나 혼자라고 생각했을 때는 자꾸 억울하고 화가 나는 감정이 앞서 내딛기 힘들었는데, 그걸 같이 해보기로 하니 아주 작은 진전일지라도 이전과는 달라진,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혼자 끌어안고 버티는 것은 내가 특별히 성숙하고 배려심 있어서가 아니라, 갈등을 두려워하기에 남들을 이기적이라 탓하면서 안전한 길을 선택했는지도 모른다. 갈등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은 관계를 돈독히 만들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