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환경이 깨우는 새로운 가능성
나는 환경을 바꿈으로써 나를 확장하는 사람이다.
적응력이 좋은 편이라 이 곳에서는 이런 방식이 유용하겠다 싶으면 카멜레온처럼 형태를 바꿔서 적응하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의 삶의 방식 중 호기심이 간다 싶은 것들을 내 삶에 적용해보면서 새로운 가능성들을 열어두는 것을 좋아한다.
아무래도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이 바뀔 때 그 변화가 가장 크게 드러나는 것 같다. 호텔에서 내 이미지는 말 없고 올곧고 어려운 사람이었다면, 지금은 그때 동료들이 날 보면 얘가 원래 이런 애였나 싶을 정도로 사교적이고 호의적이고 친절한 면을 드러낸다.
그 이유는 어떤 환경에서 일정 기간동안 어떤 삶의 방식을 채택해보았는데, 어떤 방식이든 간에 시간이 지나면 부작용이 드러나기 마련이고 그러면 다음 환경에서는 좀 더 다르게 해봐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호텔은 타국이었던 데다 한 부서에 남녀가 섞여있고 서로 뒷담화를 엄청 쉽게 하는 분위기였기에 아무 말도 안 듣고 안 하자며 극도로 신중했었다. 그런데 아무랑도 섞이지 않으니 시간이 지나고 외로워지고, 사람들은 나를 어려워하고, 그런 스스로의 모습이 고착화되어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것도 어려워졌다.
결국 이것이 답이 아니라고 느껴져 다음 환경에서는 내가 먼저 다가가도 보고, 호응적으로 행동해보자고 했는데 덕분에 사람들과 편안해지고 인간관계의 재미도 호텔에서보다는 있지만 내가 최대한 피하던 남 욕이나 불평불만하는 것에 한 두 마디씩 동조하게 되더니 점점 쉬워지고 이제 그런 분위기에 동조하지 않기가 어려워졌다.
그러니 다음 번 환경에서는 하고 싶은 말을 하자는 것, 생각하는 바를 드러내서 반대 의견을 받는 것을 너무 두려워하지 말자고 생각하게 된다.
사실은 모든 방식에 장점과 단점이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생긴다고 그걸 잘못되었다고 볼 수는 없고, 분명히 이점이 있어서 그 방식을 채택해온 것일 테지만 나같은 경우는 “아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하고 하나의 방식이 충분히 익숙해질 무렵이면, 그 방식이 가진 한계도 함께 보이면서, 안주하지 않고 확장할 수 있는 동력이 되어주는 것이다.
환경이 바뀌고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내 안의 사용하지 않던 자질들을 일깨우고 그렇게 좀 더 확장된 나로 나아간다는 말을 들었었다. 그래서 내가 무언가에 싫증이 날 때도 싫증이 나는 대상이 문제가 아니라 사실은 같은 수준의 나로 변화 없이 너무 오래 머물렀기에, 사실은 그런 나 자신에게 싫증을 내는 것이라고.
사실은 내가 꺼내어 쓰는 성격들이 전부 내 안에 존재하던 것들인데 잘 사용하지 않았던 것일 뿐이다. 환경을 바꾸지 않고 나의 다른 면들을 바꿔서 써볼 수 있다면 참 편리하고 좋겠지만, 필연적으로 내 안에 잠들어있던 것들을 건드리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게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기 때문에 환경을 바꿔서 주변 사람을 바꾸는 것이 새로운 나를 만날 수 있는 빠른 방법이기도 하다.
또한 가끔은 사람 뿐만 아니라 내가 몸담고 있는 산업군이나 근무지역에서 확장할 수 있는 것들이 매우 많다. 내가 술을 다룰 때나 화장품을 다룰 때나, 그리고 외국에서 호텔에 있을 때 서로 달라 보이는 그 주제들이 어떻게 통합되어서 내가 나아가는 길에 일관성을 부여하는지 보게 될 때 내 길을 단순히 어떤 산업군에 국한해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공통적인 삶의 방식으로 확장해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이번 환경에서 내가 주변 사람들을 통해 내 삶에 들여놓아본 것들이 있다면
이제 할만큼 했다며 안주하지 않고 끝까지 실적을 공고히 하는 승부욕
두 인간이 부딪혔을 때 당연한 듯 내 탓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손님에게도 안되는 건 안된다고 말하는 것
이번에 갤럽 강점 검사를 했을 때도, 내 상위 강점의 그림자로서 하위 강점들이 때로 지나치게 수용적이거나, 변치 않는 확고한 의견이 부족하다거나, 성취적인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들이었는데 이러한 것들을 조금은 다듬을 수 있는 계기가 되어왔던 것 같다.
결국 내가 환경을 바꾸는 이유는 새로운 직업을 갖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전 환경에서는 사용할 일이 없었던 내 안의 능력들을 깨우기 위해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삶은 하나의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니라, 다양한 나를 차례로 만나며 조금씩 더 넓어지는 과정이었다.
흔히 '근묵자흑'이라고 한다. 가까이하는 사람과 환경을 닮아간다는 뜻이다. 예전에는 이 말을 부정적으로만 받아들였지만, 지금은 흑과 백 모두를 알고 통합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게 어떤 환경이 오더라도 다양한 색을 흡수하고 인생에 활용해볼 기회라 생각하고 기꺼이 받아들이는 사람이 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