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다리 11cm 잘라내기>

세상 마음에 드는 원목 아일랜드 식탁에 어울릴 바 체어 두개를 당근에서 샀는데 생각보다 너무 높았다. 어정쩡하게 앉아서 밥 먹기를 칠개월이었는데, 이제는 나도 그렇고 누구를 초대하더라도 편안히 앉아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두개에 만원 남짓 주고 산 거라, 다른 의자를 또 사버리면 편했겠지만 그 당시 일부러 블랙 가죽 재질로 사고 싶어서 오랫동안 찾아보고 샀던 디자인이었기에 더 이상 마음에 드는 새 디자인이 없었다.

그리 하여 절삭할 수 있는 곳들을 찾다가 우연히 당근에서 방문해서 절삭해주실 수 있는 분을 찾았고, 가장 편할 것 같은 테이블이 배꼽까지 오는 높이를 찾아 딱 11cm를 절삭하기로 했다.

오늘 아침 거의 한 뼘 넘게 잘라내고 나니 작고 앙증맞아진 의자에 미끄럼방지 양말을 신겼다. 그러고 나니 기분이 좋았다.

난 줄곧 필요 없는 거, 맞지 않는 게 생기면 뒤도 안돌아보고 버려 버리는 것을 잘했었다. 그러자면, 자유롭고 인생이 가볍다는 장점도 있지만 무언가와 오래 함께 하면서 얻을 수 있는 소속감이나 소중함을 잘 느끼기 어렵기도 하다. 저 물건이 왠지 나같고, 저걸 보면 이맘때 쯤 내가 떠오르고, 그런 것들.

이번에는 쓰기 힘들다고 해서 쉽게 버리고 새로운 걸 사지 않았다. 공들여 고른 것이 생각보다 불편했을지라도 직접 앉아보고 치수도 재보며 더 쓰기 좋은 방향으로 고쳐 쓰는 것이 왠지 더 애착이 가는 느낌이 들었다. 비록 절삭비용이 의자 값 보다 더 들었지만 나중에 우리집에 누군가를 초대해 저 의자에 나란히 앉아 맛있는 칵테일도 마시고 재밌는 대화를 나눌 생각을 하면 그것 쯤은 비싼 게 아닐 것 같다.

언제나 모든 관심이 사람에게 귀결되는 나는 아마 사람도 이와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좋아 보여서, 이 정도면 잘 맞을 것 같다고 누군가를 선택하는 것은 오히려 쉽고, 그 후 서로 이해하고 맞춰가는 과정에서 진짜 그 관계에 대한 애착도 생겨나고, 거기서 쏟은 노력이 그 관계의 진짜 값일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