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신제품 향수 코코마드모아젤 크러쉬 압솔뤼

세계 여성 오드퍼퓸 판매량 최상위권을 기록하는 코코마드모아젤 라인에서 6년만에 신제품이 나왔다.

이번에 시향해보고 인상깊게 남아 느낌을 기록해본다.

첫 느낌은 거친 상큼함. 분명히 달콤하고 상큼한 느낌이 있지만 내부가 너무 끈적해서 그 느낌이 묘하게 이질적이고, 그래서 마음에 든다. 관능적이면서도 발랄한 느낌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사람마다 이 리치-자몽의 탑노트를 강하게 느끼는 사람도 있고, 잘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후자였다. 분명히 느껴지지만, 그보다도 이 너머 느껴지는 강렬한 들+베이스 노트가 훨씬 궁금했다.

미들 노트에서는 남성 향수 블루드샤넬 렉스클루시프 시향할 때 같은 눅진한 진액의 향이 느껴졌다. 실제로 랍다넘이 들어간 건지는 잘 모르겠다. 렉스클루시프 때와 같은 경험인데 매우 우디한 향인데도 그 외의 다른 여러가지 향들이 받쳐주고 조화를 이루면서 실제로는 절대로 그 우디함만 느껴지는 향수는 아니다.

그런데 렉스클루시프와 비교하면 그 여러 가지 향조들이 조화보다는 부조화에 가까운 느낌인데 그게 매력이 있다. 향들이 섞여서 하나의 새로운 향을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갑자기 이 향이 느껴졌다, 얼마 후 또 이 향이 나타나고, 또 다른 향이 드러나고 시시각각 다른 향들이 싸우듯 존재감을 드러낸다.

조향사가 이 향수를 만들 때 여성과 남성의 모호한 경계에서 우아함을 찾은 것이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코코마드모아젤 오드퍼퓸과 비교해서 마냥 여성스럽지만은 않다. 조금은 흑화한 자아에 로맨틱한 껍데기를 씌운 느낌이랄까? 황홀할 정도의 달짝지근함 뒤에 담배향 같은 스모키함. 따뜻하고 감싸안는 느낌과 동시에 시원한 박하향. 사포로 긁은 듯한 거친 느낌도 있는 동시에 아주 부드러운 여성스러움도 있다.

처음 시향지를 받고 이게 뭐지 싶어 매혹된 듯 계속 코를 대고 맡았다.

난 그래서 이 향수를 설명하는 글이 마음에 들었다. 하나의 단편적인 향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내 여러 가지 자아상을 표현할 수 있는 다중적인 느낌이 모두 들어있어서, 그래서 한번에 파악할 수 없고 복합적인 느낌.

향수의 이름 ‘Absolu’는 프랑스어로 절대적인 것, 완전한 것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다. 나는 요즘 분석심리학 책을 자주 읽으며 겉으로 드러나는 자아 뿐만 아니라 그동안 받아들이지 못했던 그림자까지 조금씩 의식하면서 더 온전한 자기 자신이 되어가는 과정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나는 이 Absolu라는 단어가 내 안의 이중적인 측면을 모두 나 자신의 일부로 포용하는, 그래서 더 <온전한> 인간이 되어가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향수는 요즘의 내게 꽤 잘 맞는 향처럼 느껴졌다.

오드퍼퓸이지만 개인적으로 퍼퓸 만큼이나 오래 지속되는 것 같다. 지속력이 어마어마하기에 일상생활에서는 딱 한 번만 뿌리는 게 적당할 것 같고, 어디 화려한 옷 입고 파티나 저녁 약속 갈 때나 두 번 정도 뿌리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