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요즘 좋아하는 유튜브.
케세이퍼시픽 남승무원이 운영하는 <comble>이라는 채널이다.
처음 봤을 때 부터 흥미로울 수 밖에 없었던 것이 거의 정반대인 MBTI 빼고는 나와 공통분모가 아주 많다.
비행기 타고 여기 저기 새로운 곳 다니는 걸 좋아한다.
홍콩을 좋아한다
카페 탐방을 좋아한다.
마카오에 살면서 여러 번 다녔던 홍콩이지만,
이 채널을 처음 보았을 때 즈음 여전히 홍콩병을 앓고 광동어가 들리면 귀가 쫑긋하곤 했었다.
게다가 그때 세상 방방곡곡을 누비고 외국에서 또 생활해보고 싶은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던 차라 아주 잠시 (2주 정도?) 승무원이라는 직업에도 관심이 가던 차였다.
그런데 홍콩을 베이스로 하는 케세이퍼시픽에서 승무원을 하는 어떤 한국인 남자가 내가 사랑하는 광동어로 음꺼이 싸이~를 해가며 세계 방방곡곡을 비행하는 채널을 우연히 발견했는데,
외국에서는 또 특별한 걸 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조용히 꼼지락 꼼지락 좋아하는 카페 가서 라떼 마시고, 노트북 작업하고, 그리고 집가는 길에 찜해둔 저녁거리 사가서 호텔에서 먹고.
아침에 일어나면 이불 정리 해두고 호텔 테이블에 앉아서 그날 할 비행 정리하고, 어젯밤에 호텔 한켠 작은 냉장고에 미리 준비해둔 아침 식사 꼭 챙겨먹고. 많이 먹었다 싶은 날에는 죄책감 느끼다가 운동 한 시간이라도 해야지 하고 헬스 다녀오고.
그 사람의 삶을 통해 내가 신비롭게 여기고 궁금해했던 삶을 보며 신기하기도 하고,
그런 다채로운 일상 속에서도 루틴을 유지하고, 자신을 안팎으로 살뜰히 챙겨가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모습에서 나 또한 마음이 편안해져 새 영상이 올라올 때마다 다 챙겨보게 됐다.
특별한 교훈 거리를 주려고 애쓰는 채널은 아닐지라도 그 사람의 인간적인 냄새가 물씬 묻어있는 영상들에서는 또 나름대로 배울 점이 있었는데,
첫 번째로는 나는 새로운 카페를 탐방하고 그곳에서 힐링하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취미라고 말할 생각을 못해봤었다. 그 영상에서는 그런 일상을 당당하게 좋아한다고 말하고 추구하고, 좋아하는 것에 돈아끼지 않고 맛있는 디저트나 라떼를 사먹는 그 사람을 보면서 “아 나도 그것을 좋아하는구나, 세상에 다양한 취미가 있는 거구나” 느껴 나 역시 더 적극적으로 그 취미를 즐기기 시작했다.
두 번째로는 좋아하는 일을 대하는 자세다. 좋아하는 일을 하더라도 싫증이 나고 힘든 부분이 있을 수 밖에 없지만, 채널주는 그것들을 의연하게 견뎌내고, 그걸 견뎌냈기에 얻을 수 있었던 부분들에 집중하고, 충분히 감사하며 살아가는 모습에서 어른스러움을 느낀 것 같다. 나는 좋아하던 일에서 싫은 점을 발견하게 되면 실망도 크게 다가오고, 내가 좋아하는 것이 아니었을지 의심도 많았던 것 같은다. 그래서 아주 역설적으로 아주 현실적인 ISTJ가 영상에서 자주 말하는 “출근하기 싫다. 싫으면 관두든가. 해야지 뭐 어째?” 라는 말이 나에게는 단순하면서도 배울 점으로 다가왔다.
내가 내린 선택을 살고 있을지라도 때로 힘들고 지겨운 일들도 있겠지만, 내가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누리며 살아가는 것.
정말이지 요즘 들어 너무 지겹던 요즘, 내가 나도 모르는 새에 당연히 누리고 있는 것은 뭘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