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스타벅스는 낯섦 속의 익숙함이다.

글을 쓰거나 작업할 일이 있을 때 나는 집에서 분리된 공간을 선호한다. 백색 소음이 있고, 널찍한 공간이 있고, 사람은 꽤나 많은 편이라 역설적으로 대중 속 익명성이 있는 공간에서 나는 동력을 얻는다.

그래서 휴무 아침엔 습관적으로 씻고 집밖으로 나가, 집이 아닌 어떤 공간을 향하게 되는데, 그곳이 스타벅스일 때가 많다.

이왕 카페에 갈 거면, 내가 좋아하는 예쁘고 감성적인 인테리어의 개성 있는 공간을 다녀 본다면 어떨까 싶기도 하지만 결국은 매일 똑같은 스타벅스로 가서 똑같은 음료만 시키게 될 때가 많은 이유는 세 가지이다.


  1. 나는 새로운 공간에서 많은 자극을 받는 사람이다.

    나는 새로운 공간을 탐험하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2025년의 가장 큰 화두는 서울 탐방이었고, 언젠가는 공간을 방문하고 글로 소개하는 에디터의 일도 짧게 한 적이 있었다. 에너지를 주는 좋은 공간의 공통점은 주인의 에너지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가구, 조명, 소품 하나 하나까지 그 사람의 취향과 경험이 녹아들어 있다. 그런 공간에 처음 발을 들여놓게 되었을 때는 두 세시간을 그 낯선 분위기에 흠뻑 젖어 말로 할 수 없는 에너지를 받게 되는데, 그럴 땐 바삐 구석구석 사진 찍기 바쁘고, 특별히 할 일 없이 그 안에 앉아 음악에 귀를 기울이며 눈을 감고 쉬기도 한다.

    같은 이유로 때로 그런 공간은 집중을 요하는 작업을 하기에는 너무 자극이 많다. 난 금방 주변에 마음을 뺏기고 그 공간에 어울리는 음악을 한 소절이라도 더 듣고 싶어지고, 노트북을 덮고 그저 멍을 때리고 싶어진다.

    반면 스타벅스는 개성있는 공간과 편안한 우리 집의 중간 지점 같은 곳으로, 어딜 가더라도 비슷한 질의 경험을 하게 한다. 혁신적으로 뛰어나지도 않지만 형편없는 서비스를 제공하지도 않는다. 청담에서든 부천에서든 홍콩에서든 스타벅스에 가면 나는 실패할 위험과 적응할 시간을 건너뛸 수 있다.

    어떤 작업을 하더라도 바로 몰입해서 작업에 집중할 수 있다.

  1. 아무리 낯선 나라, 낯선 지역에 가더라도 스타벅스는 일관적인 서비스와 음료의 퀄리티를 제공한다.

    위에 말한 것과 같이 나는 새로운 공간을 방문하는 걸 넘어서 낯선 지역, 때로는 낯선 나라를 탐방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지난 해 중국 주하이 시에 처음 방문했을 때도 가장 먼저 스타벅스를 찾아 자리잡고 앉아, 한국에서 똑같은 메뉴를 시켰다는 말을 중국인 친구에게 했더니, “주하이까지 왔는데 왜 여기에만 있는 곳을 가지 않고 스타벅스를 가?”라고 했다.

    주하이까지 왔으니까 스타벅스를 가는 거다. 남의 나라 남의 문화를 가진 곳에 가면 내가 자극을 받는 속도와 밀도가 엄청나게 늘어나는데, 그것들이 한번에 쏟아져 들어오게 되면 나는 몇 시간 내에 과부하되어 돌아다닐 수 없는 상태가 된다. 그래서 나는 일단 익숙한 곳에 앉아 1%씩 그곳을 허락한다. 스타벅스 안에 앉아있는 사람들 부터 관찰하며 서서히 적응하고, 이 밖으로 나가면 어딜 가고 싶을지, 무엇을 할지 천천히 생각해본다. 이곳은 나에게 어떤 느낌을 주는 것 같은지 낯선 가운데서도 비교적 안전한 공간에 앉아 탐색한다.

    그곳에서 비축한 힘으로 다시금 나와 그곳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을 보러 간다.

스타벅스 시스템

아무리 공간이 좋다고 해도 손님이 나밖에 없는 것 같으면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데 그 이유를 생각해 보니 나는 공간 그 자체에서 얻는 에너지도 있지만, 그 공간에 같이 머무는 사람들이 발산하는 에너지가 결국 그 공간을 구성하고, 그 안에 함께 머물면서 그 에너지를 받는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런 무형의 에너지는 다시금 동력이 되어, 북적거리는 환경 안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게끔 연료로 사용된다.

대부분의 스타벅스는 많은 사람이 같은 공간에서 이야기해도 그 소음이 기분나쁘게 울리는 것이 아닌 백색소음처럼 느껴질 수 있는 공간을 구성한다. 충분한 천장의 높이, 매장의 면적, 소음을 흡수하는 목재, 패브릭 가구 등등.

게다가 카페인도 우유도 잘 못 먹는 나에게 당연하게 준비된 디카페인과 두유는 덤…!


결국 스타벅스는 낯선 환경 가운데서도 일관적이고 익숙한 시스템을 제공하고, 나는 그 안에서 내 개인의 발전을 위해 집중하고 몰입하는 경험을 여러 번 하게 됐다. 그래서 나는 스타벅스를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