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꽃집에 들러 화사하고 생기있는 꽃 한다발을 사왔다. 꽃다발을 들고 집에 오면 금방 끌러서 화병에 꽂아놓을 거라 신문지에 포장해와도 되지만 왠지 꽃다발로 사면 집오는 내내 꽃선물을 받은 느낌이 들어 좀 더 비싸지만 꽃다발로 사곤 한다.

예전에는 며칠이면 시들어버릴 꽃을 그 비싼 돈 주고 왜 살까 생각했었던 것 같다. 막상 받으면 언제나 기분은 좋지만, 내가 나에게 주기 위해 이삼만원을 꽃에 덜컥 쓰는 건 왠지 돈을 낭비하는 것 처럼 느껴졌다.
그러다 지금 집으로 이사한 후에 우연찮게 받은 꽃다발을 화병에 꽂아두었었는데, 그 일주일간 꽃 하나로 집의 분위기가 훨씬 감성적이고 생기있고 밝아지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아침저녁으로 그 꽃을 보고 있자니 왠지 내 기분도 한꺼풀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인생은 곧 기분관리이고, 기분이 맑아져서 다음날을 좋은 컨디션으로 시작할 수 있다면 그것은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의 소중한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마침 좀 기분이 처져있던 주에 꽃을 곁에 두니 실시간으로 텐션이 살아나는 게 느껴졌다. 그에 이어 꽃에 어울리게 집도 더 깔끔히 정리하게 되고 포인트되는 색이 나에게 에너지를 불어넣어주니,
이 꽃이란 게 그냥 이삼만원에 며칠 지나면 시들어버리는 존재가 아니라 내 일상을 선순환으로 바꿔주는 것이라고 느꼈다.
그 후로는 꽃 사는데 쓰는 돈이 낭비로만 느껴지지는 않았고, 하나도 효율적이지 않더라도 정말 나를 기분좋게 한다는 목적 하나로 줄 수 있는 작은 사치라고 생각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