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떴을 때 빗소리가 들렸다. 오늘 약속이 있었는데, 순간적으로 취소 문자를 보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그리고 실제로 보냈다.

죄책감이 없었다는 게 신기했다. 침대에서 소파로 이동하는 데 두 시간이 걸렸다. 읽다 잠들고, 깨서 또 읽고. 커피는 세 잔이나 마셨다.

저녁 무렵 창밖을 보니 빗줄기가 굵어져 있었다. 오늘 하루 내가 한 일이라고는 책 반 권을 읽은 것뿐인데, 이상하게 충만했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들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며 산다. 그냥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날이 한 달에 한 번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