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일을 하면서 가장 지루하게 느껴지는 업무가 있다면 단연 룸 인스펙션이다.
체크인 전, 룸의 모든 상태를 확인하는 일. 주방 용품 수량, 조명 밝기, 가전 작동 여부, 가구 청결, 미니바, 과일과 꽃의 신선도, 먼지와 지문. 체크리스트를 들고 같은 동선을 매일 반복한다.
처음엔 정말 힘들었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 생각을 바꿨다. 체크인 예정인 손님의 국적, 취향, 습관을 미리 파악하기 시작했다. 차를 좋아할 것 같으면 물을 더 준비하고, 일본 손님이면 태블릿 언어를 미리 일본어로 설정해뒀다.
어떤 날, 다시 찾아온 손님이 나를 알아봤다. 지난번 디테일을 기억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그 한마디가 그날 하루를 완전히 바꿔놨다.
똑같은 컵을 만들더라도, 돈을 벌기 위해 만드는 사람이 있고, 쓸 사람을 생각하며 만드는 사람이 있다.
지루한 일도 마음을 담으면 달라진다. 그게 전부인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