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날: 도착, 그리고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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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타 공항에 내린 순간부터 공기가 달랐다. 습하지만 불쾌하지 않은, 봄 특유의 부드러운 바람이 불었다. 리무진 버스를 타고 시부야까지 가는 동안 차창 밖으로 보이는 도쿄의 풍경은 익숙하면서도 늘 새로웠다. 호텔에 짐을 풀고 곧바로 시모키타자와로 향했다. 빈티지숍과 작은 카페가 줄지어 선 골목을 걸었다. 어떤 가게에서 1970년대 재즈 LP를 발견했고, 그 옆 카페에서 핸드드립 커피를 마셨다. 사장님이 원두 산지를 설명해주셨는데, 에티오피아 예가체프라고 했다. 내가 원하는 방향은 이렇게 흘러갔다. 좋은 늘도 이제는 안넝
둘째 날: 미술관과 라멘
아침 일찍 롯본기의 모리 미술관을 찾았다. 현대 미술 기획전이 열리고 있었는데, 설치 작품 하나가 유독 인상적이었다. 빛과 그림자로 공간 전체를 채운 작품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점심은 에비스의 한 라멘집에서 먹었다. 줄을 30분 정도 섰지만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 돈코츠 베이스에 가는 면, 완벽한 반숙 달걀. 오후에는 다이칸야마의 츠타야 서점에 들렀다. 서점이라기보다 하나의 문화 공간이었다. 여행 섹션에서 한참을 서성이다가 사진집 한 권을 샀다.
셋째 날: 이별, 혹은 다음을 위한 약속
마지막 날 아침, 호텔 근처 편의점에서 오니기리와 따뜻한 차를 사서 공원 벤치에 앉았다. 벚꽃 잎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도쿄는 늘 이런 식이다. 떠나기 직전에야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보여준다. 다음에는 좀 더 오래 머물고 싶다고 생각하며 공항으로 향했다. 사흘은 짧았지만, 그 안에 담긴 순간들은 충분히 깊었다.
